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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4모 - 박근혜 4년 모음집, 본격 시사인 만화 2013~2017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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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4모 - 박근혜 4년 모음집, 본격 시사인 만화 2013~2017

시사IN북

굽시니스트 지음

2017-05-19

대출가능 (보유:1, 대출:0)

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b>통쾌무비 박근혜 뒷담화

어느덧 박근혜 시대는 그녀의 아버지 시대만큼이나 아득해 보인다. 통치자로서도 가장으로서도 무시무시한 폭군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그녀의 삶은 처음부터 수인의 그것과 다름없지 않았을까. 그래서 대통령이 되고나서도 담장을 높이 세우고 스스로를 격리하고 만 것이 아닐까. 그녀는 놀랍도록 감옥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데, 어쩌면 3평 감방 안에서야 비로소 고향에 돌아온 듯 평온을 되찾았는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험악하게 맞섰던 경선 경쟁자가 대통령 당선자의 볼에 뽀뽀를 하는 신선한 공간이동을 경험했다. 그 당선자가 야당 지도부부터 찾아가 인사하고, 스스로 참모진 인사의 배경을 설명하는, 졸지에 소통이 넘치는 국가의 국민으로서 신분상승을 하고 어리둥절해하는 중이다. 매일매일 개성 넘치고 자격 있는 인물들이 새 정부의 자리를 채우고 발 빠르게 지난 정권이 망가뜨린 여러 분야를 복원할 정책이 발표되는 걸 들으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회복해가고 있다.
그렇더라도 가슴 한구석엔 아직도 그을음 같은 불안이 남아 있다. 새 시대가 열렸다고 해서 헌 시대가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박근혜 시대에 우리 사회 도처에서 염증을 유발한 병변은 여전히 잠복 중이다. 그 힘은 언제라도 새 시대를 다시 거꾸로 돌릴 수 있을 만큼 아직 쌩쌩하다.
그래서 이 책 <박4모>를 내놓기에 시의적절한 시점이다. 박정희 신화의 마지막 발악이 만든 후일담이라고나 할까. 정치와 시사를 읽어내는 데 있어서 청년의 정서를 귀신이 곡하게 대변한다는 평을 듣는 만화가 굽시니스트가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시사IN>에 그렸던 만화를 모아 펴낸 책이다.
저자는 그 시대 내부에서의 현시각적 시점에서 찾아왔던 깨달음과 정서가 채 휘발되기 전에 정리해 모아놓고 싶었다. 시대를 저 위에서 굽어봤던 날카로운 매의 시각이 아니라, 시대의 땅바닥을 기어 다닌 그 개미 더듬이의 촉각을 다시 소환해보고자 했다. “앞으로 남은 삶 또는 향후 100년 내에 마주하게 될 여러 시대를 읽게 될 때에 조금이나마 더듬이를 키우고 싶은 바람에서다.”
반드시 이런 심각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책장을 넘기며 ‘그땐 정말 이랬지’ 하면서 낄낄대는 재미가 깨알 같다. 부담 없이 유쾌·상쾌·통쾌해지기 딱 좋은 책이다. 굽시니스트 이 사람, 꼭 촉 좋은 무당 같다.
<b>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개미의 더듬이로 시대를 읽다

그 시대는 벌써 기억 속에서 흐릿흐릿해져갑니다. 채 몇 달도 안 된 시간들이 머릿속에선 이미 흑백사진처럼 탈색되고 있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이제 그냥 역사책에서 읽은 괴이한 이야기로 남게 될 것도 같습니다. 하긴 박씨 일가에게는 현재를 살아 숨 쉬는 동시성보다는 역사책의 죽은 페이지들이 더 어울리긴 하군요. 하지만 잊을 수 없습니다. 지난 4년간, 제 평생 가장 많이 그린 여자 얼굴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 4년은, 몇 달 전까지는 의심할 여지없이 확고한 현실이며 일상이었습니다.
이제 그 4년에서 빠져나와 좀 멀찍이서 바라보니, 그 안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며 허우적대던 과거의 내가 보이는군요. 현대사 최고의 불가해를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그리려고 삽질하던 모습이 한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뭐, 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5천만 국민 모두에게 그 4년은 제각각의 특별한 의미로 지나갔을 것입니다. 다양한 의미들이 있겠지만 크게 두 갈래로 퉁쳐서 보자면, 박근혜 정권의 시작과 끝이 갖는 의미로 모아질 것 같습니다. 그 정권의 시작은, 박정희 신화의 마지막 발악이 만든 후일담이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그 정권의 끝은, 시민의식과 헌정 시스템이 종양을 적출해낼 수 있었다는 안도의 의미를 갖습니다.
그 두 의미 사이에 걸쳐져 있는 4년을 매주 2페이지짜리 만화로 연재했던 건, 뭐랄까, 참으로 적절하지 못한 시대의 적절하지 못한 시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그 작업들은 그 4년에 대한 총체적 규명에도 실패했고 그 시작과 끝에 기승전결을 부여하는 맥락성도 갖지 못한 작업들이니 말입니다. 그저 매주 마감 시간에 쫓겨 코앞에 닿는 껍데기만을 킁킁거려 옮긴 결과물들이 4년간 쌓인 단순 총합일 뿐이지요. 그 취향에 있어서는, 부질없이 지나가는 한때의 밈과 떡밥에 열중한 것이니 더욱 부끄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아 책으로까지 펴낸 것은 (책장사를 통한 득리와 더불어) 시대에 대한 그 시대 내부에서의 현시각적 시점들을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정리하고 모아놓고자 함이라 하겠습니다. 시대에 대한 시간 좌표 바깥의 통시적 시야는 통찰과 맥락을 제공하겠지만, 그 시대를 살아간 현실감은 그런 역사 만들기 과정에서 점차 휘발되어가겠지요.
그 매주의 짧은 시야들을 모아놓고자 합니다. 우리의 통찰력이라는 것이, 시대를 저 위에서 굽어보는 매의 눈이 아니라 시대의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개미 더듬이라는 사실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시대 속에서 시대를 읽고자 한다면, 먼저 내 시력이 어디까지 닿는지를 계측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시대를 살아갔던 그때그때의 기록을 통해 우리의 더듬이 길이를 복기해봅니다. 그리 노력하다 보면 앞으로 남은 삶 또는 향후 100년 내에 마주하게 될 여러 시대를 읽게 될 때에, 조금이나마 더 길어진 더듬이로 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뭐 그런 바람이 있습니다.
-굽시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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